여름 장마의 막바지다. 빗줄기는 라디오가 전한 예보보다 일찍이 그쳤으나 머그잔 표면에 매달린 물방울은 소나기 못지 않게 서둘러 추락하다 밑에 끼워져 있던 잿빛 갱지의 신문을 온통 적셔놓았다. 무심코 잔을 들어올리니 물 먹은 종이가 애처롭게 끌려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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잉크가 번지고 침공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반전주의 단어들은 하나로 점철되어 큼지막한 먹색으로 물든다. 혹은, 그들의 말은 그곳에 이미 없었는지도 모른다. 그날 신문에 새겨진 것은 고요한 어둠 한 덩어리였고 세상은 흠뻑 젖은 눈을 감아버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