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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태준_bot @moontaejun_bot

문태준 봇, aka 수동봇// 느림보 마음, 먼 곳, 그늘의 발달, 가재미, 맨발, 수런거리는 뒤란 등 // 문장, 기사, 리뷰, 인터뷰 등을 모두 발췌합니다. 작가님과 관련된 소식 전달 및 제보 환영합니다. :) Joined September 20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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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지금껏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본다. 돌과 구름과 수양버들과 바퀴와 물과 안개와 불과 꽃송이와 함께 살았다.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살았다. 어느 때부턴가는 나도 그들처럼 살았다. _문태준, <느림보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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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보리밭은 미풍에도 찰랑거렸다. 바람이 불어오면 보리밭은 미성으로 대답했다. 목가를 부르듯이. 보리밭은 바람의 움직임을 허락했다. 마치 우리의 코가 바람을 들이마시며 바람을 허락하듯이. 바람을 만난 보리밭은... twtkr.com/L1mAeo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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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사랑을 고백할 시간과 장소는 모두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.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과 당신의 말이 가장 멋진 옷을 입을 시간을 고를 것이다. _ 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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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목욕 손님이 많지 않은 오후의 대중목욕탕. 아이와 나는 옷을 훌훌 벗고서로를 바라보면서 한바탕 수줍게 웃는다. 아이는 손으로몸을 가리기 시작했다. 어느새 부끄러움이 생긴 것이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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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. 아주 천천이 너무 느리게 우리는 걸어 다녔다. 빈 도시락에서 수저가 딸가닥 거리는 소리를 등에 업고서, 여름에는 내에서 멱을 감다 집에 갔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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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청보리밭에 앉아 있었다. 청보리밭에 내려오는 햇살을, 지나가는 바람을 만났다. 한 시인은 청보리의 맑고 투명한 허리를 보았다고 했다. 나도 그 푸른 허리를 보았다. 속되게도 몰래 껴안고 싶어졌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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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나이가 들어 산다는 것은 마음속에 오름 하나씩을 품고 산다는 것은 아닐까. 부드럽게 올라가고 내려오는 오름의 능선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. 오름처럼 유순하다는 그 말의 의미를, 오름처럼 완만한... twtkr.com/L1m8dJ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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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마루에 앉아 숲을 바라본다. 녹음으로 꽉 찬 숲은 안도 바깥도 좋다. 마루에 앉아 숲을 보는 일은 행복하다. 나는 살구꽃이 떨어진 자리에 살구 열매가 살찌는 걸 본다. 벌써 살구가 제법 굵어졌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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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밥집을 지날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. 백반집이면 더욱 그렇다.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흰 쌀밥을 꾹꾹 눌러 담아 주는 백반집. 고봉으로 담은 뜨거운 밥그릇을 왼손으로 받쳐 들고, 오른손으론 고봉밥 둘레를 다독... twtkr.com/L1m7rK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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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마루에 앉아 다시 조금씩 굵어지는 비를 본다. 비는 조용한 혁명처럼 내린다. 그러면서 내 주변을, 이 땅 위의 생명들을 변화시킨다. 커다란 바퀴가 굴러가는 것 같다. 숨을 들이켜고 내뱉는 그 속도를 천천히 늦추어 본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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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다시 천문대에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. 가서 가슴에 별을 심고, 별을 키워야겠다. 별의 바탕인 어둠을 보지 말고, 캄캄한 어둠 속에서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을 보아야겠다. 그 별을 바라보고... twtkr.com/L1m6aL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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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. 도처에 환하게 불을 밝힌 꽃집이었다. 스물네 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. 꽃가게들은 그냥 '꽃들'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. 나는 지극히 평범하고 순한 이름의 그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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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지금도 "이제 오느냐"라는 말을 입안에 넣고 굴리면, 첫 맛은 쓰고 나중에는 단맛이 입안에 돈다. 왜 더 일찍 오지 않았느냐는 아쉬움과 책망의 맛도 있지만, 이제라도 와서 고맙다는 안심의 뜻이 이 말에는 담겨 있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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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누군가 달이다, 라고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저쪽을 가리키면 정말이지 큰 산이 순산을 하기라도 한듯 막 태어난 달이 공중으로 쑥 솟아오르기 시작했다. 그 풍경은 너무나 장엄해서 넷 에움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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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아주 앙증맞은 신발도 있다. 이 세상의 땅을 밟아본지 오래지 않은 아이의 되똥거리는 걸음마를 보는 듯하다. 세상이 마냥 신기해 자꾸 나아가며 발을 떼어 놓는 아이를 태운 신발은 키득키득 웃었을 것이다. ... twtkr.com/L1m5W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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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찌개가 끓고 한 공기의 밥이 비워지는 동안 바깥에는 구름이 비를 몰고 와 부려 놓고 갔다. 길가 풀잎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다. 나의 감각이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 생명의 세계는 큰 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이다.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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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코스모스가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. 바람은 벌써 서늘해졌다. 코스모스의 긴 목이 파리해 보이기 시작했다. 여름날의 습한 바람은 열매를 키우고, 오늘부터 불어오는 이 차고 투명하고 얇아진 바람은 열매를 여물게 할 것이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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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흰떡을 좋아하시는 내 어머니, 한 시루의 흰떡을 쪄 젊은 내 어머니에게 그리고 이제는 조백한 내 어머니에게 나는 돌아가야겠다. 세상 어디에도 없을 그 나무 그늘에게로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겠다. 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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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이따금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보담 없는 사랑에 열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울화가 치밀곤 한다. 그러나 이제 보답 없는 사랑이란 없는 법이고 무슨 수든 보답이 있게 마련이라고 난 생각한다._문태준, <느림보 마음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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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 years ago

매미가 우는 데에는 그들 나름의 질서가 있다. 그들은 교대로 운다. 참매미가 울면 유지매미나 쓰름매미는 울 차례를 기다린다. 그들은 순서 있게 따로 운다. 그래야 짝을 찾고 부르는 소리를 다른 울음소리가... twtkr.com/L1m4ZY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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